조기 폐암 수술 전 조직검사, 재발 위험 높이나? 최신 연구 심층 분석

 

https://doi.org/10.1148/radiol.250415

서론: 조기 폐암 진단의 패러다임 변화와 새로운 과제

국가 암 검진 사업에 저선량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CT)이 도입되면서 조기 폐암, 특히 1기 비소세포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NSCLC)의 발견율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발견되어 예후가 좋지 않았던 폐암이 이제는 치료 가능한 단계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폐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특히 수술적 치료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과거 표준 치료법이었던 폐엽절제술(lobectomy) 대신, 폐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쐐기절제술(wedge resection)이나 구역절제술(segmentectomy)과 같은 엽하절제술(sublobar resection)이 조기 폐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 속에서 새로운 의문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로 수술 전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경피적 세침흡인생검술(Percutaneous Transthoracic Needle Biopsy, 이하 PTNB)'이 암 재발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PTNB는 CT 영상을 보면서 가느다란 바늘을 폐 결절에 직접 찔러 넣어 조직을 채취하는 매우 정확하고 안전한 진단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수술 전 암을 확진하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늘이 암 조직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암세포가 바늘 경로를 따라 주변 조직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종양세포 파종(tumor cell spillage)' 또는 '침생검 경로 전이(needle tract seeding)'의 위험성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습니다.

최근 세계적인 영상의학 학술지 'Radiology'에 발표된 대한민국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의 한 연구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결과를 제시하며 전 세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조기 폐암으로 엽하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에서 수술 전 PTNB를 시행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암 재발 위험, 특히 국소-지역적 재발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보고했습니다.

본 칼럼에서는 이 중요한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조기 폐암 진단 과정에서 PTNB의 역할과 잠재적 위험, 그리고 환자와 의료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문가적 시각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논의하고자 합니다. 

조기 폐암 진단을 받았거나 앞두고 있는 환자 및 보호자, 그리고 관련 분야 의료진에게 정확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이 글의 목표입니다.

1: 경피적 세침흡인생검술(PTNB)과 종양세포 파종의 우려

PTNB는 폐에 발생한 결절이나 종괴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핵심적인 진단 도구입니다. CT 영상을 통해 병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정확하게 바늘을 삽입하므로, 90% 이상의 높은 진단 정확도를 자랑합니다. 이를 통해 악성 종양(암)과 양성 질환을 감별하여 불필요한 수술을 피하게 해주고 ,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는 조직학적 진단을 바탕으로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PTNB는 본질적으로 침습적인 검사입니다. 바늘이 암 조직을 관통할 때 미세한 암세포들이 바늘 표면에 묻거나 바늘이 지나간 경로(조직)에 떨어져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종양세포 파종'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간암, 신장암, 유방암 등 다른 장기의 암에서도 드물지만 꾸준히 보고되어 온 현상입니다.

폐암 분야에서 이 문제가 특히 중요해진 이유는 앞서 언급한 '엽하절제술'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 표준 수술법이었던 폐엽절제술은 암이 포함된 폐의 '엽' 전체를 광범위하게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PTNB를 시행했더라도 바늘이 지나간 경로 대부분이 절제되는 조직에 포함되어 암세포 파종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하지만 엽하절제술은 암 조직과 주변의 일부 정상 조직만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수술입니다. 이 경우, PTNB 바늘이 통과한 경로 중 상당 부분이 수술 후에도 몸 안에 남게 되어, 만약 이곳에 암세포가 파종되었다면 새로운 재발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입니다.

2: 'Radiology' 최신 연구 심층 분석 - 무엇을 발견했나?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안유라 교수팀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이러한 임상적 의문에 답하기 위해 대규모 후향적 연구를 설계했습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2년간 1기 비소세포폐암(크기 3cm 이하)으로 엽하절제술을 받은 환자 2,026명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이 중 783명(38.6%)은 수술 전 PTNB를 받았고, 1,243명(61.4%)은 PTNB 없이 바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연구팀은 두 그룹 간의 나이, 성별, 종양 크기 등 재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변수들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성향점수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이라는 정교한 통계 기법을 사용하여 1,144명의 환자(각 그룹 572명)를 1:1로 매칭하여 비교 분석했습니다.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전체 재발 위험 증가: PTNB를 받은 그룹은 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전체적인 암 재발 위험이 약 1.49배 더 높았습니다 (위험비 [HR], 1.49).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입니다.

  2. 국소-지역적 재발 위험의 현저한 증가: 재발의 패턴을 세분화했을 때,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PTNB 그룹은 수술 부위 주변이나 인접 림프절 등에서 암이 다시 발생하는 '국소-지역적 재발' 위험이 2.32배나 높았습니다 (HR, 2.32). 이는 매우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

  3. '잔존 폐 재발'이 핵심: 특히 주목할 점은 국소-지역적 재발 중에서도, 수술 후 남겨진 폐 조직에서 새로운 암 병변이 나타나는 '잔존 폐 재발'의 위험이 2.07배 높았다는 사실입니다 (HR, 2.07). 이는 PTNB 경로를 따라 파종된 암세포가 시간이 지나면서 재발했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4. 원격 전이 및 전체 생존율에는 영향 없음: 흥미롭게도 PTNB 시행 여부는 암이 뇌, 뼈 등 다른 장기로 퍼지는 '원격 전이'의 위험을 높이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환자의 최종적인 '전체 생존율(Overall Survival)'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재발이 발생하더라도 추가적인 치료(방사선 치료 등)를 통해 생존 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제어할 수 있음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1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엽하절제술 전 시행된 PTNB는, 특히 수술 후 남겨진 폐에서의 국소-지역적 재발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3: 시각적 증거 - 재발 증례 보고

이번 연구 논문에는 PTNB 이후 잔존 폐에서 재발이 발생한 실제 환자의 사례가 포함되어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아래 영상은 이 연구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림 1. 쐐기절제술 후 경피적 세침흡인생검술(PTNB)을 따른 잔존 폐 재발 사례

  • (A) 76세 남성 환자의 수술 전 조영증강 축상 CT 스캔에서 좌상엽에 1.8cm 크기의 고형 결절(화살표)이 관찰됩니다.

  • (B) 이 결절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PTNB가 시행되었습니다. 비조영 축상 CT 스캔에서 조직을 채취하기 위한 도입침(화살촉)이 정상 폐 실질을 가로질러 결절(화살표) 내부로 정확히 삽입된 것을 보여줍니다. PTNB 결과는 선암(adenocarcinoma)으로 확인되었고, 환자는 검사 7일 후 좌상엽 쐐기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최종 병리 진단 역시 고형 우세형 선암, 병기 pT1bN0으로 확진되었습니다.

  • (C) 수술 후 정기적인 추적 관찰 CT 영상입니다. 수술 후 5개월째부터 수술 부위(스테이플러 라인) 인접부(화살촉)에 작은 결절성 음영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18개월, 28개월, 31개월째 영상으로 갈수록 그 크기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 새롭게 자라난 연조직 병변에 대해 다시 PTNB를 시행한 결과, 기존 폐암에서 전이된 선암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환자는 이 '잔존 폐 재발'에 대해 구제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증례는 PTNB와 엽하절제술 이후 발생한 잔존 폐 재발의 전형적인 과정을 보여주며, 연구 결과의 생물학적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시각적 증거입니다.

4: 전문가적 고찰 및 임상적 적용 방안

그렇다면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조기 폐암 환자에서 수술 전 PTNB를 중단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이 연구 논문에 대한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대학(UCSF)의 전문가 논평(editorial)은 이 문제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합니다.

PTNB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

  1. 진단이 불확실할 때: CT 영상만으로는 악성 종양인지, 아니면 염증이나 감염 후 남은 흉터 같은 양성 결절인지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PTNB는 불필요한 수술을 막아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양성 결절을 진단하기 위해 전신마취와 폐 절제술을 받는 것은 환자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2. 수술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고령, 심각한 심폐기능 저하 등으로 인해 수술 자체가 어려운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PTNB는 암을 확진하고, 방사선 치료나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비수술적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새로운 임상적 접근: '환자 중심의 공유 의사결정'

이번 연구 결과는 PTNB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이분법적 결정을 내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의료진이 환자와 함께 '공유 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을 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CT 영상 소견을 바탕으로 암의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PTNB의 장점(정확한 진단)과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단점(국소 재발 위험 약간 증가)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누가 봐도 암이 강력히 의심되는 전형적인 영상 소견(예: 크기가 크고, 모양이 불규칙하며, 스파이크 형태를 보이는 고형 결절)을 보이는 건강한 환자라면, PTNB를 생략하고 바로 수술로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진단적 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반면, 결절의 크기가 작고 형태가 애매하여 양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라면, PTNB를 통해 먼저 확진을 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자신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잠재적 위험과 이득을 이해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결론: 정밀의료 시대를 향한 또 하나의 이정표

대한민국 연구진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조기 폐암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엽하절제술 시대에, 수술 전 PTNB가 가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PTNB가 국소-지역적 재발, 특히 잔존 폐 재발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중요한 임상적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PTNB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단 과정을 더욱 정밀하고 환자 맞춤형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제시합니다. 모든 환자에게 획일적인 진단-치료 프로토콜을 적용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개별 환자의 영상 소견, 전신 상태,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PTNB의 시행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향후 이 연구 결과를 전향적 연구(prospective study)를 통해 재확인하고, PTNB 시행 시 종양세포 파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예: 동축적 생검 기법, 바늘 경로 소작술 등)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조기 폐암 환자들에게 최상의 치료 결과를 제공하기 위한 전 세계 의료계의 노력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더 안전하고 정밀한 치료'를 향한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Y. Ahn et al., "Preoperative Percutaneous Transthoracic Needle Biopsy and Local-Regional Recurrence after Sublobar Resection in Stage I Lung Cancer," Radiology, published online October 14, 2023. DOI: 10.1148/radiol.250415. [2] J. H. Sohn and E. H. Dao, "Preoperative Biopsy for Lung Cancer: A Necessary Evil?" Radiology, published online October 14, 2023. [Editorial accompanying Ahn et al.] [3] D. A. Lynch et al., "Screening for Lung Cancer: 2021 Report of the Fleischner Society," Radiology, vol. 299, no. 2, pp. 278-298, May 2021. [4] M. K. Gould et al., "Evaluation of Individuals With Pulmonary Nodules: When Is It Lung Cancer? Diagnosis and Management of Lung Cancer, 3rd ed: American College of Chest Physicians Evidence-Based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Chest, vol. 143, no. 5, suppl., pp. e93S-e120S, May 2013. [5] I. I. Saliu, M. A. V. D’Souza, S. G. Raman, and D. S. K. Lu, "Tumor Seeding Following Percutaneous Needle Biopsy of the Lung, Liver, and Kidney," Seminars in Interventional Radiology, vol. 34, no. 4, pp. 351-357, Dec. 2017. [6] M. D. L. de Oliveira, V. S. de Bria, G. S. T. M. de Lima, and R. M. de Menezes, "Needle tract seeding after percutaneous biopsy of lung cancer: a case report," Journal of Medical Case Reports, vol. 15, no. 1, art. 535, 2021. [7] R. A. S. N. S. D. Silva et al., "Sublobar resection for non-small-cell lung cancer: a systematic review," European Journal of Cardio-Thoracic Surgery, vol. 60, no. 5, pp. 993-1006, Nov.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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